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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진 쿠킹클래스 이야기

요리 그리고 번역

요리선생이라는 직업 외에 하는 일이 한 가지 더 있다면 번역가라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애매하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0년 가까이 번역이라는 일을 해 왔음에도 번역이 직업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 했어요. 사실 번역이라는 일은 많은 이들이 꿈꾸는 '디지털 노마드'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감이 불규칙 하기도 하고 시간 투자 대비 수입이 적다 보니 번역만 가지고 먹고 살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나름 잘 하고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요. 저도 예전엔 직장을 다니면서, 그리고 현재는 요리 선생을 하면서 번역을 주업 개념이 아닌 부업 개념(도 아닌 듯 하고^^)으로 하고 있어요.

 

제법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만, 그리고 결정적으로  돈이 되지도 않지만 이 일을 계속 하는 것은, 번역을 통해 '배움'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언어의 변화에 대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도 있고, 그 책을 쓰기까지 작가가 거쳐야 했던 고민과 연구 등을 30~40% 정도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한 기회고 영광이죠. 그러다 보니 제 일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주로 번역하려고 하는데, 예전 제 직업이었던 광고,마케팅 쪽도 의뢰가 들어오면 거절을 못 하게 되네요. 첫 정이 무서운가 봅니다. ^^

 

책을 정리하다가 제가 번역한 요리, 음식 관련 역서들만 한 번 정리해봤어요. 

현재 출판 대기 중인 책들도 몇 권 있어서 리스트는 점점 채워질 것 같아요. 

 

이 중 2권 이상 있는 책들은 앞으로 수업 오실 분들에게 드리려고도 합니다.^^

 

이 책 때문에 일본어를 할 줄도 아느냐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건 아니고 이 책의 원서는 영어로 출판이 되었습니다. 일본의 유명한 요리사 선생인 하루미가 영국에서 거주를 할 때 쓴 책이라 영어로 출판이 되었고 그걸 번역한 책이었어요 서양 사람들을 위한 일본 요리다 보니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여진 책 같고 하루미의 다른 책보다 난이도가 낮은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어찌 보면 쓰임새는 더 있더군요. 

 

 

릭 워렌이라는 목사님이 쓴 책으로 출판 당시 <<다니엘 플랜>>, <<다니엘 워크북>>과 같이 출판되었던 책으로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기독교식 다이어트책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이 책이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것은 아니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한 가이드서 정도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저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던 책입니다. 공교롭게도 쿠킹 클래스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에 번역을 맡게 되어 이 책에서 많은 영감을 얻기도 했죠. 요리를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모아 프로젝트성 쿠킹 클래스를 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단순히 요리의 기술을 가르쳐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요리를 힘들어 하게 된' 내면의 이야기들에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요리를 하고 싶은 욕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할 때 솟구치죠. 요리가 안 되는, 요리가 하기 싫은, 외면했던 내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 보고 어루만져줌으로써 요리를 통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을 다룬 그런 책이라 할 수 있어요. 똑같은 형식이 아니라 해도 언젠가 제가 한 번 기획해 보고 싶은 '특별한 요리 수업'의 모티브가 될 것 같습니다. 

 

 

생각하면 피식~ 하고 웃음이 나오는데 어린이들 대상으로 하는 번역은 처음이라 출판사에서 어투부터 지적을 당한 책이었죠. ^^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건데 애들 붙잡고 너무 진지한 어조로 말할 뻔 했습니다. 출판사 지적 덕분에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어투와 단어로 쓰여지게 되었고요, 번역하며서 꽤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애들 데리고 한 번 해 보면 좋겠다. 5월에는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만들어 볼까 했었는데 올해 5월에는 과연 될까 싶네요. 시절이 이러니 ㅠㅠ

 

 

세트로 같이 출판이 되었던 셰프 요리책...파티시에가 베이킹에 전적으로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 책은 간식도 포함해서 식사용 요리를 다루고 있어요. 물론 번역서니 죄다 서양 요리이기는 합니다만 아이들이 따라 하기는 딱 좋은 그런 책이 아닌가 싶어요. 

 

 

오버진에 오시면 위의 책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요리책들을 보실 수 있어요. 수업을 신청하신 분들은 조금 일찍 오셔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오버진에 있는 다양한 요리책들을 마음껏 보실 수 있습니다. 곧 그런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