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오버진 쿠킹스튜디오의 수업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사업자 등록증 상 오버진의 개업일은 2019년 2월 1일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업을 시작한 건 한참 뒤였습니다. 개업일을 받아두고 처음 몇 달간은 집에서 수업을 하다가 조금 더 책임감과 연속성을 가지고 수업을 하기 위해 집이 아닌 외부에 공간을 마련한 시점은 2020년 1월 ~ 2월경이었죠. 그러나 계약서에 사인을 한 시점은 해외에서 코로나 유행 소식이 들리기 시작한 때였고 오픈을 한 시점은 국내에서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될 때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이의 삶이 이래저래 꼬였고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제가 받은 타격은 상대적으로 더 컸지만 집에서 수업하던 것도 아니었으니 포기할 수도 없고 어떻게든 꾸려가려고 위태위태하게 가까스로 버텼던 것 같습니다. 수업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을 하던 시점과 코로나가 맞물리면서 개인적으로 해외에서의 경험이 많았던 점을 바탕으로 '식탁에서 떠나는 세계 여행'이라는 컨셉으로 수업의 방향을 정했던 건 그나마 코로나가 준 좋은 부작용이 아니었나 합니다.
1~2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는 놀랍게도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마스크 의무 착용도 해제되고 비용 이슈가 있기는 하나 해외 여행도 훨씬 자유로워지면서 오버진의 수업도 방향을 조금은 틀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세계 요리의 소개'라는 오버진 쿠킹 스튜디어의 코어core 정체성은 유지를 하겠지만 지난 2~ 3년의 수업을 바탕으로 제가 잘 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 잘 하고 싶은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주제의 수업을 제공해드릴까 합니다. 물론 앵콜성으로 국가별, 혹은 문화권별로 묶은 쿠킹 클래스도 계속 진행은 할 생각이라 어찌 보면 투트랙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비슷한 결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수업들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올 어바웃 All about 시리즈": 오버진의 새로운 쿠킹클래스 시리즈
각설하고, 새로운 쿠킹클래스 시리즈의 타이틀은 "All about ....."입니다. 하나의 주제로 여러 가지를 묶어서 풀어 보고자 하는 수업이지요. All about 소금, All about 밥요리, All about 오일, All about 후추" 뭐 이런 식입니다. 이 시리즈에 대한 고민은 제법 오래 전에 시작됐는데 수업으로 구성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수업 오시는 분들에게 자주 하는 얘기입니다만 수업을 준비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단계는 '기획' 단계랍니다. 어떤 음식을 만드는 방법 만이 아닌 그 음식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 등을 전달하기 위한 조사와 공부도 제가 수업을 준비하면서 제법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All about 시리즈를 준비하려니 이전보다 더 많은 공력이 들어가는 걸 느꼈고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다 생각한지 1년만에 조금씩 풀어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올 어바웃 커리 All about curries"
올 어바웃 시리즈의 첫 주제는 '커리' 혹은 '카레'로 잡았습니다. 딱히 커리를 1번 타자로 내세운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어찌 하다 보니 커리부터 시작하게 되었을 뿐인데 커리가 할 이야기도 많고 개인적인 경험치도 많고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요소들도 많아서였지 않나 짐작해봅니다. 진행하면서 좀 더 정리가 될 수 있지만 "올 어바웃 커리" 수업이 앞으로 하게 될 올 어바웃 시리즈의 진행 방향을 보여주는 수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시연을 보고 테이스팅을 하며 레시피를 배우는 게 수업을 오시는 가장 큰 목적이시기에 수업 시간에는 방법론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주제와 관련된 이야깃거리들은 이 웹사이트에서 좀 더 깊이있게 풀어볼 생각이에요. 커리 수업과 관련해서 예시적으로 설명을 드려 보자면 수업은 이렇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 수업 전, 웹사이트(www.aubergine.kr)에서 '커리'에 대한 읽을거리 포스팅
- 주중반 (1~2회), 주말반 시연 수업 진행
- 일부 메뉴는 체험 패키지 (밀키트) 판매
[수업 메뉴]
1. 삿포로식 수프 카레 (일본)
2. 치앙마이 커리 국수, 카오 소이 (태국)
3. 인도 치즈 시금치 커리, 팔락 파니르 (인도)
4. 치킨 티카 마살라 (영국? 인도?)
5. 인도 커리 솥밥, 치킨 덤 비르야니 (인도)
6. 치킨 사테이 커리 (말레이시아)
7. 피쉬 아목 (캄보디아)
8. 미트볼 그린 커리 (태국)
* 일부 변경 가능성 있습니다.
"실용성의 강화"
영어에 'from scratch'라는 표현이 있죠. 보통 갖추어진 것이 없이 '맨 처음부터' 시작할 때 사용하는 매우 흔한 영어식 표현인데 처음에는 경마에서 스크래치 라인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였다고 합니다. 재미있게도 간편식이 등장하기 시작한 20세기 초부터는 요리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 되었는데 짐작하시겠지만 이미 구성된 제품들에 의존하지 않고 기초 재료를 가지고 처음부터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사실 오버진은 이 'from scratch'의 정신을 기저에 깔고 있었어요. 쉽게 맛있게 만드는 것이야 요즘은 배울 수 있는 곳이 너무나 많잖아요. 굳이 물리적인 특정 장소에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래서 완전한 바닥에서 기초 재료를 가지고 출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너무 복잡하다라는 평이 나오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던 점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이 정신을 완전히 무너뜨러거나 지나치게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거나 그러한 레시피들도 추가하는 걸 이전보다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생각입니다.
정리하며
말이 길었습니다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아요. 요즘 좋아들 하시는 세줄 요약으로 해볼까요?
- 2023년 하반기부터 오버진의 새로운 쿠킹클래스 시리즈 "All about...."가 시작됩니다. (매월은 아닙니다)
- 기존 '세계 요리' 수업도 비주기적으로 제공됩니다.
- 실용성(간단한 방법이나 레시피), 편의성(일부 과정의 밀키트화)이 강화됩니다.
"올어바웃 커리" 수업은 스튜디오 내부 사정으로 5월이 아닌 6월에 진행됩니다. 9(금), 10(토), 13(화) 이렇게 진행 예정입니다. 수업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곧 다시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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